TV나 신문을 보면 대리기사가 한 달에 500만원 넘게 벌어가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이 때문에 주업, 부업으로 대리운전을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정말 운전만 잘하고, 열심히 하면 대리운전으로 중견기업 차부장급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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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많은 사람들이 대리운전을 접하기 전에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운전 잘하고, 성실하게 계속 운행하면 될 거야”라는 희망 섞인 생각인데요. 하지만 실상은 사뭇 다릅니다. 대리운전은 단순 운행뿐 아니라 손님을 받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 이동하는 시간도 일하는 시간에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루 10시간, 12시간을 일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습니다. 대부분 대리운전을 찾는 시간은 저녁 7~11사이이며, 새벽으로 넘어가면 콜의 양이 현저히 떨어지게 됩니다. 더군다나 늦은 시간 손님들은 대부분 만취 상태에 상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돈을 번다해도 번 것 같지 않은 상황이 연출되곤 합니다.
실제로 대리운전을 본업으로 하고 있는 A 씨는 “한 푼이라도 더 벌 생각에 새벽까지 해보고 싶지만 사실상 비효율적이에요. 손님이 많지 않아서 대기시간이 길기 때문에 오히려 시간만 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오후 7시부터 12시까지 바짝 하고 들어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역시 돈입니다. TV에서 500만원 넘게 버는 대리운전기사들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업계에 있는 분들은 0.01% 있을까 말까 한 고수일 뿐 말도 안 된다고 말합니다. 기본적으로 대리운전 어플 또는 업체에 20%의 수수료가 책정되며, 어플사용료 15,000원(개당), 보험료(개인마다 상이), 이동 교통비 및 식대 20~30만원 등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65~70%가 순수익이 됩니다.
주말을 제외, 하루 5~6시간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순수익으로 통장에 남는 돈은 150~190만원 정도가 현실적이다 할 수 있습니다. 250만원 정도 순수익으로 가져가려면 300만원 중반대의 매출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노하우를 갖춘 베테랑 아니고서는 힘든 게 사실입니다. 물론 근무시간에 차이가 있지만 월급만 놓고 보면 많은 기사들이 편의점 알바보다 벌이가 어려운 것으로 파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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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에 있는 사람들은 대리운전을 오래 하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이는 돈뿐만 아니라 대리운전 업무의 특성상 단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현직에 있는 기사들이 말하는 대리운전의 단점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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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에 자신이 있는 사람도 막상 비싼 외제차를 운전하면 긴장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칫 잘못해서 스크래치라도 내면 하루 일당은 고사하고, 한 달 동안 번 돈을 모두 내놔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험이 커버할 수 있는 금액의 한계 때문에 고급차, 슈퍼카 등은 덜컥 겁부터 나게 됩니다. 더불어 차종에 따라 운전감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초기에는 주행도 그리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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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을 하다 보면 진상 손님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새벽을 넘기면 만취한 손님이 많아 힘들게 하는 손님들이 많은데요. 무시는 기본이고, 폭언까지 일삼는 손님도 있어서 ‘감정노동자’라 불려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대리운전을 하는 B 씨는 “만취한 20대 손님이 불쌍하다며 1만원을 팁이라고 바닥에 던지더라고요. 팁은 정말 감사하지만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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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기사의 피크타임은 저녁 7~11시입니다. 이 시간을 벗어나면 콜을 받을 수 있으나 대기시간이 길기 때문에 그만큼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장거리 좋은 손님을 만나도 하차 장소가 번화가랑 멀면 교통비가 더 지출되게 됩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결국 운이 따라줘야 돈을 벌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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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기사는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대리기사에게는 ‘블랙리스트’라는 무시무시한 해고 시스템이 있습니다. 대리기사 C 씨는 킥보드를 타고 손님에게 가다가 사고가 났습니다. 결국 배차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하지만 이때부터 블랙리스트에 올라 배차 제한에 걸려버렸습니다. 직장인으로 따지면 순식간에 해고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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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역시 진상 손님이라고 하는데요. 대리운전을 하는 분들 역시, 누군가의 남편이자, 누군가의 아빠, 아들이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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